아파트의 문제점들-살기 좋은 도시? 개인이 구입하세요! [아파트 한국사회]

살기 좋은 도시? 개인이 구입하세요!
1. 아파트 단지의 역사와 문제점
아파트가 인기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로 개발되었기 때문이고, 그 뒤에는 한국 도시 공간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사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살기 좋은 도시, 동네를 자기 돈 주고 구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을 겪으면서 일정한 소득수준을 가진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 압축 성장은 정부가 모든 에너지를 수출 경제에 쏟아서 이룬 성과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살아가는 도시 공공 환경에 대한 투자는 너무나 미비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건설업체에 아파트 안에 공원, 놀이터 등 부대복리 시설을 만들게 정해 놓으면 복지공간을 돈을 들이지 않고 공급하는 셈이니 정부로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것이나 마찬 가지였던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경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우리 도시의 공공인프라는 (훠얼씬 나아지고는 있지만) 열악한 편이다. 아파트 단지 속의 내 집 마련과 자식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짬뽕되어 공공환경과 공교육이 방치되고 황폐화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0p. 아파트 단지 개발은 단순히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을 위한 수많은 정책 중 하나로 다룰 문제가 아니었다. 이는 한국 경제를 단시간에 급속히 성장시키고, 이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사회를 경영하기 위해 선택한 중요한 전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아파트 단지 개발 정책이 파생시킨 수많은 문제들 역시 미처 통제하지 못한 실수로 빚어진 결과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부작용을 무릎 쓰고, 알면서도 감수한 ‘전략적 고려’의 산물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18p. 아파트 단지 중에도 주거동 한두 개만으로 구성된 작은 단지는 인기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아파트 단지가 제공하는 공간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파트 단지는 큰 땅에 여러 명의 주인들이 있는 특성 때문에 다른 용도의 땅으로 다시 바뀔 수도 없고 새로운 단지로 재건축만 가능하다. 즉 기존 여러 대지들을 합필해서 만든 그 큰 땅이 다시 작은 땅으로 쪼개지기엔 곤란하다는 것이다. 도시는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계속 유기적으로 변화해야 하는데 아파트 단지는 이게 불가능하다. 저자는 이를 도시가 동맥경화에 걸린 것이라 비유하고 지하철역이 들어왔는데에도 아파트단지 때문에 역세권이 발전하지 못한 경우도 있는데 대모산입구역과 학여울역을 예시로 언급한다.
저자의 인터뷰 내용.
“한 필지로 묶인 단지는 공룡 같아서 주변 변화에 대응하는 조절기능이 없습니다. 새로운 역이 들어설 경우 작은 필지로 나뉜 곳이라면 발 빠르게 새로운 업종이 들어서 수요를 받아내지만 아파트 단지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거죠. 결국 아파트 단지로 된 도시는 걷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버립니다”
아파트의 단지화의 또 다른 문제는 한 개의 업체가 수주를 해간다는 것이다. 기존의 도시조직이라면 100개의 건축 프로젝트가 생겨날 땅이 아파트단지를 계획함으로써 1개의 큰 건축 프로젝트만 생기게 되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진행할 중소건설업체들의 일은 대형건설업체가 2~3년 만에 끝내버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중소건설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전국 건축물의 평균적인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건설업체 뿐만이 아니라 설계, 토목, 설비 등 관련업체들도 해당될 것이다.
2. 한국의 아파트 평면
한국 아파트, 평면은 '월드베스트'
'넓고 밝은 집'의 비밀은 긴 전면 폭에 있다. 그리고 그 비밀의 열쇠는 고층화다. 긴 전면 폭은 옥외 공간을 답답하게 만든다. 답답해진 옥외 공간의 개방성을 찾으려면 고층화밖에는 방법이 없다. 고층화가 무엇이 문제냐고? 유럽이나 일본이 한국의 '넓고 밝은 집'을 따라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긴 전면 폭을 얻기 위해 고층화라는 대가를 치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코니 면적이 법상용적률 계산에 산입되지 않으니 용적률은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을 합한 공급 면적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긴 전면 폭으로 바뀌면서 10여 년간 똑같은 규모의 아파트가 10평이나 커졌다. 집은 더 커졌는데 집값을 따지는 기준 규모인 전체 '평수'는 변함이 없으니 평당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아파트 평면
‘닥치고 전용공간’ 전용공간의 성능과 품질 중시 > 이웃과의 소통, 도시풍경은 논외
109p 내 집을 팔아치우지 않고 계속 갖고 있다면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내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 명목상 재산이야 늘어나겠지만 영원히 현금화할 수 없는 재산일 뿐이다. 자식에게 상속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내 자식이 집을 팔아치우지 않는 한 명목재산일 뿐이다. 반면에 경제적 부담은 늘어난다. 우선 재산세가 늘어난다. 공시가격 기준으로 5억 원 하던 집이 6억 원으로 올랐다면 재산세는 57만원에서 81만원으로 늘어난다. 현금화할 수 없는 재산이 늘어나서 흐뭇한 기분 값으로 1년에 몇 십만 원씩 더 내야 하는 것이다.
3. 공간적 문제와 해결방법
건축이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공간이 사람을 지배하기 마련이니까. 공간이 우리한테 미치는 역할을 분석하기 위해 저자는 우리의 생활을 1,2,3차 생활로 나눈다.
1차 생활 - 생존을 위한 필수 생활 (일, 가사 , 장보기 등)
2차 생활 - 즐거움을 위해 하는 생활 (약속, 만남 등)
3차 생활 - 의도하지 않은, 1,2차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생활 (이동 등)
저자는 3차 생활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공간들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그것을 공공시설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유현준 건축가님이 쓰신 책에서 말하는 이벤트성이랑도 엮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이 든다.
'놀이터와 도서관과 미술관이 있는 길목을 걸어 매일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갖게 될 욕망'과 '아파트 단지 담장으로만 둘러싸인 길을 걸어 매일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갖게 될 욕망'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공간적 배치의 차이가 욕망의 차이를 낳는다는 것은 상상이 아니라 상식이다.
p.280 1960년대 이후 건축설계와 도시설계를 두고 서구에서 쏟아져 나온 새로운 사고를 따지고 보면 모두 3차 생활의 중요성을 주목하고 3차 생활의 풍요로움을 통한 일상생활의 질 향상을 지향하고 있다. 제인 제이콥스가 가로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 크리스토퍼 알렉산더가 “도시는 나무가 아니다”라고 외친것, 다카다 마쓰오가 ‘길의 입체화’를 주장한 것, 이 모두가 생활공간들 간에 관계맺음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골목의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의 또 다른 차이는 동선의 구조에 있다. 전자의 경우 집을 찾아가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경로가 많다. 모든 골목이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파트 단지는 한, 두 개의 단지 문으로 들어와 정해진 건물입구,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집으로 이동한다. 골목길의 경우 그물망 구조라고 할 수 있고 아파트 단지의 경우 나무구조라고 할 수 있다. 나무구조는 경로선택성과 배제곤란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단지식 개발이라고 해서 모두 나무구조 생활공간이 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 한계는 있지만 개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의 아파트 단지가 공간구조 차원에서 갖는 문제는 대략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아파트 단지가 도시 그물망 구조를 손상시키는 문제
둘째, 단지 단위가 폐쇄적이고 내향적인 공간구조 문제
셋째, 단위주거들은 동선 공간이 철저하게 나무구조로 짜이는 문제
첫째 문제에 대한 대응책, 단지를 분절하고 단지 안으로 공공공간을 침투
둘째 문제에 대한 대응책, 단지 경계부에서 주변 도시공간과의 접속과 소통을 회복
셋째 문제에 대한 대응책, 주거동 공간구조를 그물망 구조로 바꾸는 일
준사적 공간을 통해 개인의 생활내용이 표출되는 것이야말로 커뮤니티 창출에 중요한 계기가 된다. 한국 아파트가 획일적으로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준사적 공간이 빈곤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개별 집들의 외관이 같으냐 다르냐라기 보다 그 안에서 거주하는 개인들의 서로 다른 생활 내용이 표출될 수 있느냐이다. 아파트에서의 적용방식에는 [1층전용마당, 마당형발코니, 가로형 알파룸, 포치형 현관, 발코니]과 같은 방법이 있겠다.
모든 대지는 도로에 접한다. 이는 다시 말해서 모든 사적 공간은 필연적으로 공적공간에 접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적 공간이 공적 공간과 접하는 방식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공적 공간과 끊임없이 접속하고 소통하면서 자기가 접한 공적공간을 준공적 공간으로 만드는 사적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공적공간과의 접속을 닫은 채 자신이 접한 공적공간을 접속이 두절된 공적공간으로 남기는 사적공간이다.
아파트 단지 담장에 면한 도로.. 공공영역인가? 접속과 소통이 단절된 공간인데도?
"공공공간이라고 해서 다 공공영역인것은 아니다. 서로 개인들의 차이가 자유롭게 부딪고 접속하는 민주적 공공영역으로서의 공공공간이 있다면 개인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억압학 일방향적인 생활을 강요하는 공공공간도 있다"
4. 좋은설계를 방해하는 문제들
도시계획 > 도시 계획은 모두 건설 기술용역으로 발주된다. 경쟁요소가 용역 금액.
설계없이 '건설'되는 가로공간. 보도 재료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없음.
공공공간 - 가로공간, 광장, 공원, 공공건축물 등 > 한 해에 지어지는 건축물의 20%이상이 공공건축물
싸구려만 찾는 공공건축
공공건축물 설계용역의 3/4이 가격입찰로 설계자 선정 > 설계는 창의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며 건축물의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일을 설계비를 가장 싸게 받겠다는 설계자에게 맡긴다는 것은 그림 값을 가장 싸게 받겠다는 화가에게 벽화를 맡기고 원고료를 가장 싸게 받겠다는 작가에게 연재소설을 맡기는 꼴.
요약하면 아파트 단지화는 사적 전용공간의 중시 경향을 낳고, 그 결과 공동체 의식 저하로 이어진다는 결론이다. 그에 따른 해법은 결국 ‘단지화의 중단과 해체’다. 두 교수는 어차피 단지식 개발이 끝물이라는 데 동의한다. 요즘은 지어도 잘 팔리지 않고, 주민들도 원치 않는다는 것.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 포기를 변곡점으로 읽는다. 문제는 기존의 단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다. “궁극의 지향점은 결국 시간의 켜가 쌓인 골목의 회복이지만 그 이전에 담장 허물기, 단지를 작은 단위로 쪼개기, 도로에 접한 저층부를 상점으로 만들기, 계단실과 계단실 연결하기, 동과 동 사이 연결다리 만들기 등이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349p 세상의 모든 일은 개인들의 일이다. 개인의 일이 작은 일이라면 세상의 모든 일은 작은 일로 꿰어져 있다고 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도 개인들의 일인 것은 마찬가지다.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시민들의 삶을 바꾸는 것이요. 이는 곧 개인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